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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다른 이름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는 게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.

그 사람을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. 그 이름이 운명의 상대라는 것.

 

a. 빌 스카스가드

 

 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. 주변의 다른 사람과 달리 내게는 한글이 아닌 알파벳이 새겨지고 있었으니까.

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 후에 완성된 이름은 Bill Skarsgard였다.

 

 빌 스카스가드라는 이름을 가진 90년 8월 9일생 남자를 미친 듯이 찾았지만, 그 남자를 찾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. 그렇게 몇 년이 흐르면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체념할 무렵

 

 “이 남자가 그, 네 빌 스카스가드 아니야?”

 

 친구가 연예 뉴스 기사를 보여줬다.

 

“보고 싶었어요, 아주 오래.”

 


b. 유태오

 


“사랑해야 해서 사랑해야 한다는 데는 관심 없습니다.”

 

 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눈이 너무 매서웠다.

나를 찾은 걸 보면 당신도 분명 내 이름을 가졌을 텐데. 어째서, 도대체, 왜. 나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.

그럼에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.

 

 “분명히 말하지만 불쾌합니다.”

 

 손등 위에서 새겨지고 있는 당신의 이름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냉담하기 짝이 없어서.

그 시선이 꼭 나를 베는 것처럼 아파서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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